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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아니 아직도 이런걸 사람이 하나하나 하고 있어?"
라는 일이 정말 많다.
전임의때도 그렇고, 이곳은 사람들의 열정페이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곳이고, 부당한 일이든 노가다 일이든
"이걸 제가 왜 해야 하나요?" 라기보단
그래서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에 익숙한 동네다.
일단 이걸 시작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중의 하나는 늘 갖고 있는 생각이며, 여러 강의에서 강조되는
"Do not Repeat yourself"
병원에 있는 친구나 후배들에게는 DNR(Do not resuscitation)을 떠올리며 늘 이야기하는 겆 중의 하나다
뭔가 지금 네가 반복적인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꾸준히 노가다 10시간씩 며칠간 밤을 새서 하는 친구들이 이곳의 대부분이다.
예전에도 위에 교수님들께서 환자 수술 그림을 스캔한 그림 JPEG 파일의 리스트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2000장정도 되는 사진이었는데 PA와 전공의까지 동원하여, 1인당 매일 나눠서 올리면 되지 않겠냐며 일을 나누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저는 너무 많아서 시간이 안될거 같은데"
"밤을 새서 해야하나요"
등등....
"하아....."
나도 그 중 한명으로 차출되어 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누구도 나눠서 하는 일에 불만만 있지 해결의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1주일간은 열심히 넣어보자....그냥 그정도. PA들도 그냥 괜찮아요. 저희 이런 일 자주 해왔는데요 뭘....
결론은 심플하게
내 생각대로 누군가 어디엔가 폴더의 파일을 엑셀리스트로 만들어주는걸 해본 사람이 있을거고, 구글링을 하든 분명히 프로그램이나 간단한 코드가 있을 것이다...
회의한다고 모였던 그 자리에서 간단한 구글링으로 코드와 간단한 프로그램을 찾았고 5분만에 리스트작성이 끝났다.
프로그래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순간이었다.
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여러 명의 1주일 정도의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그냥 하던대로 했다면, 우리는 뭘 더 얻었을까....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부당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윗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었을까?
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은 돈보다 더 소중하다. 오래 걸릴만한 일들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저 묵묵히 나의 시간을 갈아 넣어서 무의미한 일을 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한다.
물론 이렇게 해결하지 않고, 타인을 써서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승진에 목마르던 선배들은 자신의 일을 아랫사람들에게 내리고 쪼아서 일을 해오기도 했고, 나 말고 동료에게 넘기기도 하였으며, 그냥 배째라 하고 있으면 다른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스리슬쩍 피해버리기도 했다.
좋은 선배, 리더는 결국 이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지금 시작이지만, 할 것들이 투성이다. 공부를 하다보니 이제 이것들이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까지는 인지가 되었는데 하나하나 어떻게 만들어갈지, 협업을 통해서 할지 등등 방법론을 고민하는 단계다
그래도 기초없이 개념만 가지고 일을 협업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어 일단 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가 될 것 같다.
파이썬 머신러닝 연구는 계속하고 있으니, 조금 더 나은 AutoML과정을 좀 더 고민해야할 거 같고, 요새 JS로 실제 서비스 구현을 해보려 공부를 시작했는데, 확실히 더 재미는 있는 것 같다.
한 가지만 파서 정복하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는 스타일이아니라, 이것저것 동시에 하느라 속도는 좀 느리지만 다같이 어느 궤도에 올랐을 때는 큰 시너지가 생기겠지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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