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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본 간이식의 과정
    공부 & work 2020. 6. 6. 22:44

    간이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나오면서, 더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게 된 간이식.

     

    왜 이렇게 간이식 하면 어렵고, 엄청난 수술인 것 처럼 그려지는건가

     

    실제 일을 하는 입장에서 기술을 하자면 좀 길지만, 한번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남겨본다.

     

    #1. 왜 어려운가?

     

    일반적으로 간이식을 받는 사람들은 당연히 간이 망가져 있다. 간이 딱딱해지면 문맥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야할 혈류들이 딱딱한 간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 샛길을 만들어 가게된다.(경부고속도로가 막히면 주변 국도로 빠지는 차들이 생기듯이)

    이렇게 생긴 샛길을 정맥류라 하는데, 혈관벽도 얇고 지속적으로 압력이 걸려있어 자주 터지고 때문에 토혈로 응급실에 오는 사람도 많다. (정맥류출혈)

    그리고 문맥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혈류가 비장쪽으로 흐르게되어 비장이 커지고, 응고를 담당하는 혈소판이 여기서 깨져 지혈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또한, 간에서 하는 기능중 하나는 응고인자를 만드는 것인데 당연히 이 기능도 떨어져 있어 결론적으로 피가 잘나고, 나게되어도 잘 멎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근데 수술을 한다고?)

    간기능을 평가하는 여러지표중 child score라는 것이 있는데 A,B,C로 나누고 일반적으로 간이식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분 B,C(나쁘다는이야기)이다. 참고로 child C 는 일반적인 다른 수술을 받는데도 위험성이 높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환.자.를

     

    배를 열고, 정맥류에 덮혀있어 접근하는 내내 피가 오지게 나는 간을 다 떼어내야 하는 (이는 마치 화재로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에 구조하러 소방관이 뛰어들어가는 느낌...이다) 과정을 거치게 되어, 처음들어오는 인턴선생들에겐 "피가 많이 나도 놀래지 마라. 간이 이식되고 회복되면 다시 멎고 회복할테니" 라고 미리 경고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가나는 양은 "시간당 피가 나는 속도 X 간을 뗄떼까지의 시간" 이기에....달린다.진짜... 

     

    물론 요새는 child A 인데 간암이 동반되어 받는 사람도 있어서 무수혈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간이식을 받는 사람들의 상태는 대부분 좋지 않다. 

    또한 간을 떼어내고 나서 빨리 붙이지 않으면 그 사이에 혈류가 저류되어 vital이 나빠지기도 하고, 수혜자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공여자와의 타이밍을 적절히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렇게 간을 다 떼고 나면

     

    #2. 혈관을 문합하기

     

    공여자에서 떼어낸(우리나라는 주로 우간을 절제한다) 간을 환자에게 이식한다.

     

    간에서 빠져나가는 혈관 간정맥을 먼저 붙이고, 간으로 들어가는 문맥을 이후에 연결한다. (수도공사할때 하수도 먼저 정리하고 상수도를 연결하는 것처럼) 일단 여기까지 하고 간에 다시 혈류를 개통시킨다. 이를 reperfusion(재관류)이라 한다. 간을 떼어내고 여기까지는 정말 긴장속에 달려온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한숨돌릴 수 있다. 

    간에 혈류가 차단된 후 보존액을 이용하지만, 혈류가 차단된 시간부터 다시 재관류가 될 때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환자에게 좋은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vital이 가장 불안하기 때문에 재관류까지 지 한 이후 환자가 괜찮다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다.

     

    이후 간동맥을 연결한다. 예전에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성형외과와 협진을 하기도 하였고, 여전히 여러 센터에선 현미경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병원에서는 3.5배 확대경을 이용하여 문합을 시행한다. 실도 현미경 하에서는 9-0, 10-0 (숫자가 커질수록 가는실-이정도면 눈으로 보기 괴롭다), 3.5배 확대경하에서는 8-0,9-0 nylon을 사용한다. 

     

    동맥의 문합은 생체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동맥이 막히면 백약이 무효하다할 만큼. 초기 간이식을 세팅하는 센터에서는 동맥의 문합을 얼마나 한번에 완벽하게 하는지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동맥은 한번에 잘 문합하지 않으면, 혈관이 다 망가져 공여자 간을 아예 쓸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재이식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참 이게 부담스러운게, 쥐 혈관 문합을 많이 했어도, 비슷하거나 더 큰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잘 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기에, 이는 마치 1.5m 선을 그어놓고 평지에서 걷게 하는것과 15층 빌딩 사이에 그어놓고 걷는 것과의 부담의 차이라 볼수 이을 것이다.

    현재 이미 셋업된 센터는 이 술기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된 센터이기에 별 탈없이 무감각하게 지나가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술기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앞의 과정까지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며 달려오면서 수술을 하다가도, 동맥문합을 할때면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우리는 그래서 수술자를 교체하여 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담도의 문합이 이루어지는데, 담도는 허혈(피가통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굉장히 취약하기 때문에, 담도문합부위의 협착에 의한 합병증은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중의 하나이다. 30%정도에서는 담도합병증이 발생하고, 경험이 많은 센터는 이를 PTBD나 ERBD같은 중재적 시술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합병증을 경험하고 해결했느냐도 중요하다.(그래서 big center로 가는게 좋다는...)

     

    이후에 앞서 이야기한 피가 나던 부위를 다 확인하고 지혈하고, 배를 닫고 나가면 간이식이 끝난다.

     

    #3. 끝맺음

     

    이렇게 적어놓는 것만으로는 자세히 묘사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환자 수술 영상을 넣기도 어려우니, 일단 뭐 이정도에서 마무리를 할 까한다.

     

    뇌사자 간이식은 그래도 동맥과 담도가 조금 더 크기에 생체간이식보다는 술기적으로는 차라리 더 나을 수도 있다(때문에 외국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

    하지만 생체간이식은 우리나라가 최고란걸 일반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고, 외국에서는 생체기증자 자체가 적어서 경험이 적어 오히려 배우러 오는 걸. 

     

    가족끼리 끈끈한게 어찌보면 생체간이식이 여기까지 오는데 큰 기여를 했던 것 같다. 

     

    코로나 이슈로 논문거리 데이터 찾다가, KONOS(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data가 모이기 시작한 2000년도 이래로 계산해보니 19,870개 정도의 간이식이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달에 약 100건이 넘는 간이식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 지고 있어 곧 20,000례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KONOS는 알고 있겠지?)

     

    조만간 기념행사라도 하지 않을까 싶은데...또 뭐 시키지 않으시겠지...

     

    여튼 기회되면 간이식의 역사랑 수술변천사 포스팅도 정리 한번 해놔야겠다. 1988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첫번째 case가 이루어진 이래로....(펠로우 1년차때 25주년 기념행사랑 군대다녀와서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한...나는 의사인가 행사기획자인가..)  여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은고로 한번 정리해놔야지. 옛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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