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 work

슬기로운 의사생활-간이식-

Everyday life & us 2020. 4. 25. 23:34

tvN 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즐겨보고 있다.

 

조정석이 맡고 있는 간이식 전공 외과의사. 그게 나다.

병원생활의 디테일을 너무나 잘 그리고 있어서, 그동안 의학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공감을 느끼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조사를 잘하다니(응급의학과 교수는 진짜 그렇게 생겼다)

 

어쨌든 간이식환자 사연이 나왔길래 한번 얘기해보자면...

(회장님에게 가짜공여자로 공여자 바꿔치기하다 걸린것)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다. 그리고 과거에 시스템이 지금처럼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는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간이식 공여자는 기증 순수성 평가라는 것을 정신과 상담을 통해 받는다. 하지만 완벽하게 속이려고 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과연 걸림돌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를들어 70대 돈많은 회장님이 자신의 친자식과 가까운 친척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먼 친척 20대 여자공여자에게 기증을 받는다면...누가봐도 뭔가 이후에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이 통과된 사람들이라면...해줘야한다. 안해줄 근거가 없으면...

 

물론 전임의 때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전날 취소시킨 사람도 있다. 역시 돈많은 집 딸인데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였다. 어릴때 카사이 수술을 받고 지속적인 담도염으로 간이 나빠져 30대가 되어 간이식을 받게 된 경우였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오빠가 첫번째 기증후보자였는데 지방간이 심해서 탈락했고, 같이 미국에서 공부하던 부인이 검사를 했는데 여러가지 변이가 있지만 오빠보다는 나아서 두명 뿐이라면 새언니로 진행하기로 가족끼기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이 어렵고 개복으로 계획이 변경되고, 변이가 있어 합병증이 수혜자에게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본인이 최적의 공여자이자 유일한 공여자라고 시어머니께 들어서 어쩔 수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던 공여자는 본인외에 다른 좋은 공여자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가능한거냐고 물었고, 사실이기에 우리는 그렇다고 했다. (아마도 너밖에 없다고 부탁에 부탁을 한 모양이다)

 

수혜자는 혈액형이 다르지만 건강한 남편이 있는 상태였고, 남편도 검사를 해볼 수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새언니보고 부탁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했던 모양이었다. 뭔가 이대로 진행하면 공여자도 수혜자도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것 같아 수술 전날 늦은 저녁이지만, 가족끼리 다시 상의를 하라고 권했다. 사실 남편(수혜자의 오빠)은 내가 다시한번 만나면 한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으로 무관심했었다.(나라면 이런 녀석이랑 안산다)

 

시어머니와 한바탕 울면서 전화를 한 공여자는 무슨 다짐을 했는지 그냥 하겠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누가봐도 자의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고,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공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수 없자나요...라고 말했다. 

 

수혜자를 만나러 갔다. 이 상황을 알고 있느냐. 수혜자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결국 원인은 시어머니에 있었다. 수혜자 부부는 새언니의 마음이 그렇다는 걸 알았고, 본인들도 그런 상태라면 굳이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사실 변이가 있으면 수혜자도 좋을 게 없긴했으니...그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서 수술은 취소되었고 그 후 1달 후 수혜자의 남편간이 공여하기에 매우 괜찮은 상태여서 환자는 무사히 간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간이식을 준비하다보면 일반 수술과 달리, 그 가정의 가족관계, 경제적상황, 사실혼, 호적상의 이유로 타인이된 사람 등등 별의별일일 다있다. 드라마에 나온 사연도 그와 다르지 않다. 생각해야할 것이 많고, 이런 것을 놓치면 수술이 잘되어도 후유증이 크게 남을 것이다.

 

그날도 별일없이 공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당시 주치의가 똘똘해서 눈치채고 전임의인 나에게 노티하지 않았다면 수혜자와 공여자에게 여러모로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늘 차트보다 환자에게 가서 얼굴을 보고 만나고 이야기를 자주 하라고 한다. 환자는 컴퓨터앞에서 보는게 아니니까... 

 

그때 주치의던 녀석은 올해 우리 간이식 전임의로 들어왔다. 잘 될거다 이런녀석은 ㅎ